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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잡담

국립국악원 토요 명품 공연을 다녀와서 - 20110709



토요 명품 공연


장소 국립국악원

일시 2011년 7월 9일 


프로그램

단소, 양금 병주 - 단소 : 곽태규, 양금 : 임재심 

대금산조(원장현류) - 대금 : 원장현, 장구 : 정화영 

춘앵전 - 무용 : 김영숙, 음악 : 국립국악원 정악단 

남도민요(육자배기, 흥타령) - 노래 : 박양덕, 신영희, 김수연, 반주 :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첫 공연이었던 ‘천년만세’는 즐겁고 화평한 기운이 천년만년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풍류음악 중에서 실내악 편성으로 연주하는 합주곡이다. 계면가락도드리 - 양청도드리 - 우조가락도드리 등 세 개 악곡으로 이루어진 모음곡으로, 영산회상과 함께 조선시대 선비들에 의해 주로 연주되던 곡이다. 이 공연에서는 단소와 양금 두 악기의 병주로 연주되었다. 화창하고 경쾌한 느낌의 곡이었다. 고요한 무대 위에서 연주된 두 악기의 소리는 단아하면서도 흥겨웠다. 양금 소리는 높고 쨍한 느낌의 맑은 소리로 생소했지만 단소와의 어울림이 너무나 좋았다.


  두 번째 공연이었던 원장현류 대금산조는 여러 산조의 가락을 참고하여 만들어낸 것으로 진양모리 - 중모리 - 중중모리 - 자진모리 장단으로 이어진다. 이 날 본 공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이었다. 대금 명인이 빚어내는 깊은 소리와 장구의 활력 넘치는 추임새가 어울리며 편안하면서도 긴장감있는 공연이었다. 어렸을 때 음악시간에 연주해봤던 장구였는데 그렇게 차지고 흥겨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세 번째 공연은 춘앵전이었다. 춘앵전은 조선조 순조 때 효명세자가 모친 순원숙황후의 40세 탄신을 축하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이른 봄날 아침에 나뭇가지에서 노래하는 꾀꼬리의 자태를 무용화 한 춤이다. 꾀꼬리를 상징해 노란 색의 앵삼이라 불리는 옷을 입고, 화려한 화관, 오색 한삼을 양손에 끼고 꽃돗자리 위에서 추는 독무로 매우 우아 미려하고 춤사위가 다양한 특징이 있다고 한다. 무용이라 해서 화려한 움직임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주 단아하고 기품있는 춤사위였다.


  마지막은 남도민요 공연이었다. 판소리 명인들이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힘이 굉장했다. 구수하고 흥청거리는 느낌의 남도 민요는 굵은 목소리로 눌러내는 표현이 많으며 중저음은 떨지 않고 위 음은 꺾어 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 세 명인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좌중이 ‘좋다!’, ‘잘허네!’ 와 같이 구수하게 옆에서 추임새도 넣고 함께 흥겨워하는 분위기가 되었던 것이 신기했다. 명인의 걸걸하면서 단단하고 힘과 흥이 넘쳐서 목소리는 ‘몸’이라는 악기가 주는 다채로움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만들었다.


  이 날 공연에서 악기 소리 뿐 아니라 현장에서 연주하는 명인들에게서 느껴지는 힘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울림도 굉장히 깊이 있어 이것이 우리 음악이구나. 너무나 아름답고 기품 있고 또 흥겨운, 세계 어느 음악에 비추어보아도 이와 같은 멋이 있을 수 있나 싶었다. 우리 음악의 맛과 멋을 우리 스스로가 좀 더 알고 이런 좋은 공연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