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우물 오정희 | 청아출판사 | 20010131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오정희 작가는 1947년 서울특별시 종로구에서 태어났다. 대학 2학년 때인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초기 작품에는 육체적 불구와 왜곡된 관능, 불완전한 성(性) 등을 주요 모티프로 삼아 타인들과 더불어 살지 못하고, 철저하게 단절되고 고립된 채 살아가는 인물들의 파괴 충동을 주로 그렸다. 작가는 방황하는 청춘기에 가졌던 자신과의 대화, 세상과의 불화가 그러한 소설들을 쓰게 했다고 말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음습하고 폐쇄적인 자신과 결별을 하며 이후에는 중년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남성과 대립·대비되는 존재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본질적인 여성성, 즉 생산하고 품고 떠나보내는 자의 고독과 환희, 신비에 대해 주로 쓰기 시작했다.
「옛 우물」은 일상적인 삶을 사는 여성이 내면의 갈등을 겪으며 비일상적인 옛 이야기가 그녀의 현재와 결합하여 마무리된다. 신비로운 느낌마저 드는 신화와도 같은 이야기다.
오정희 작가의 소설 속에 들어있는 마력과도 같은 힘이 있는데 여러 번 읽어서야 비로소 깨달음 같은 것이 온다. 어렵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오정희 작가의 소설 속 여성들은 운명과 상황에 수동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 속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고독이 그녀들로 하여금 외치게 할 때에는 굉장한 힘이 느껴진다. 포기할 수 없는 꿈, 절망하지만 환상과도 같은 상상, 옛 이야기 속에서 나타나는 환상성 속에는 전율이 느껴진다. 대단한 작가의 대단한 작품이다.
추억이란 물속에서 건져낸 돌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물속에서 갖가지 빛깔로 아름답던 것들도 물에서 건져내면 평범한 무늬와 결을 내보이며 삭막하게 말라가는 하나의 돌일뿐. 우리가 종내 무덤속의 흰뼈로 남듯, 돌에게 찬란한 무늬를 입히는 것은 물과 시간의 흐름뿐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종종 이즈음에도 옛날 우물과 금빛 잉어의 꿈을 꾼다. --- p.39
그가 죽고 내 안의 무엇인가가 죽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 저녁쌀을 씻다가 문득 눈을 들어 어두워지는 숲이나 낙조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물에 떨어진 한 방울 피의 사소한 풀림처럼 습관 속에 은은히 녹아 있는 그의 존재와 부재, 원근법이 모범적으로 구사된 그림의, 점점 멀어져가는 풍경의 끝, 시야 밖으로 사라진 까마득한 소실점으로 그는 존재한다. 지금의 나는 지나간 나날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가끔 행복하고 가끔 불행감을 느낀다. --- p.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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