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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 ![]()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철규 옮김/아름다운날 |
이 소설 속 광대는 단식을 하는 것을 재주로 선보이는 광대이다. 하지만 굶는 것이 재주가 될 수 있을까? ‘단식’이라는 단어와 ‘광대’라는 단어는 굉장히 먼 관계 같다. 요즘 단식이라는 것은 힘없는 한 개인이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체중조절을 위해, 또는 경제적인 궁핍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홀로 하는 지속적인 단식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대중 앞에 놓인 광대의 단식은 ‘볼거리’가 되어 타인의 시선을 통해 다른 의미와 맥락을 만들어 낸다. 그러니까 이 행위가 예술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되어 지는 것이다. 마치 요즘 ‘노이즈 마케팅’이나 자극적인 이슈거리들처럼 이 자학적이기 까지 한 광대의 단식 행위를 단식광대 자신은 ‘맛있는 음식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달리 어쩔 수 없기 때문’에 ‘경탄해서는 안 되’는 행위인 것이다.
더 이상 대중들에게 ‘맛있는 음식’일 수 없었던 단식광대는 결국 그의 죽음과 함께 젊은 표범으로 빠르게 대체된다. 고독함 속에서 서서히 죽음으로 향하던 광대가 아니라 뜨거운 생명력을 지닌 맹수로 말이다.
한 인간이 경외로울 수 있는 것은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행하는 굳은 행위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속에 갇힌 인간의 이런 행위는 곧 관심이 시들해질 그저 ‘볼거리’에 지나지 않게 된다.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는데 잘 정리가 되지는 않는다. 배가 고플 때 봐서 그런지 한 끼라도 굶는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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