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황순원, 「소나기」-처음의 기억들 소나기 외 황순원 | 소담 | 20020101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황순원의 소나기를 처음 읽었던 것은 12살, 겨울방학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어 불안했던 나는 동네학원에 다니기로 했다. 때마침 동네에 크고 화려한 학원이 생겼고, 동네 친구들이 많이 다니게 되면서 친구들과 친해지기도 할 겸 중학교 과정 선행학습을 시작했다. 사실 그전까지는 피아노 학원이나 미술학원은 다녀봤어도 공부는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동화책을 읽거나 공책에 낙서를 하고,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를 잔뜩 빌려와서 보며 보냈다. 때로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활개 치며 다니기도 했다. 한여름에 격하게 뛰어놀다가 땀이 많이 나면 아무 건물이나 들어가 계단에.. 더보기
김애란,「성탄특선」- 비루한 청춘의 어느 크리스마스 침이 고인다 (양장) 김애란 | 문학과지성사 | 20070928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김애란은 신기한 작가다. 독자의 마음 속에 깊은 동심원을 그리며 서서히 퍼져나가는 이야기는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우리 삶의 한 단상을 보여준다. 성탄특선을 읽으며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품 속 두 남매의 모습이 나와 동생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소설을 읽기 전부터 이 소설은 존재해왔지만, 마치 내 삶을 활자로 옮긴 것 같은 착각을 해보기도 했다. 단칸방에 오누이가 함께 산다는 이야기는 사실 아무에게나 말하기에는 좀 꺼려지는 면이 있다. 네걸음이면 방의 이 끝에서 저 끝으로 걸을 수 있는 좁디좁은 방. 그 방에서 나와 동생은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살았다.. 더보기
『7년의 밤』- 그 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7년의 밤 정유정 | 은행나무 | 20110323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어느 순간, 나를 부르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던 한순간, 파란셔츠의 손을 뿌리치고 뒤를 돌아보던 그 순간, 무수한 얼굴들 사이에서 아저씨를 찾던 짧은 순간, 카메라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섬광을 뿜었다. 나는 빛의 바다에서 홀로 섬이 되었다. p.8 정유정 작가가 쓴 작품들이 공통점은 이거 아닐까? '완전 흥미진진!'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정말 흥미진진하다. 와 두 작품 모두 통통 튀는 캐릭터들 속에서 마음껏 상상하고, 함께 울고 웃는 재미가 있었다. 처음에는 시장통에 있는 것처럼 복작복작한 느낌도 든다. 캐릭터들의 개성만으로도 꽉 찬 느낌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인물들이 문장 속에서 날뛰.. 더보기
표명희 - '3번 출구' 3번 출구 - 표명희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표명희의 소설 「3번 출구」에서 3번 출구란 성형 수술의 메카 압구정역의 3번 출구를 말한다. 이 3번 출구는 주인공이 지닌 콤플렉스와 그로 인해 겪게 된 사건, 상처들에서 벗어나고자 선택한 출구이다. 그러나 수술을 한 후에야 자신이 아닌 세상이 비뚤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런 세상에서 사람도 차도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가고 있다. 주인공은 여러 가지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의 콤플렉스는 자신의 내면에서 기인했다기 보다는, 그녀의 노력과 능력을 보기 보다는 그녀의 광대뼈와 전문대 졸업이라는 학벌로 모든 것을 평가해버리는 사회적 현상에 있다고 본다. 외모지상주의는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뿐 아니라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믿.. 더보기
후앙 기마랑스 로사 - '제3의 강둑'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3 - 이문열 엮음/살림 아버지가 가정에서 소외되고 있다. 일과 사람에 치인, 바쁜 세월을 보낸 아버지가 문득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그는 자신이 돈 버는 기계였을 뿐이 아닌가 회의감이 들지도 모른다. 그제야 소외감을 느낀 아버지가 자식들과 소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족구성원에서 비툴게 삐져나온 아버지의 그림자가 어디론가 정처없이 헤맨다. 그 헤매는 곳이 ‘강’이 된 것이 소설 제 3의 강둑이다. 작가 후앙 기마랑스 로사는 브라질의 두메산골에서 태어났다. 아마도 그는 결혼을 하고 아버지가 되어 빠른 사회의 흐름을 타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것이다. 늙은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의식 속 어딘가에는 고요한 시골 들판에 누워 공상을 즐겨하던 소년의 모습이 존재했.. 더보기
이청준 - '퇴원' 퇴원 - 이청준 지음/푸르메 나는 거울을 본다. 거울 속의 사람이 멀거니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것은 ‘나’이다. ‘나’를 잃는다는 것을 거울을 보지 않는 것과 같다. 이청준의 소설 「퇴원」 속 ‘나’는 친구이자 아버지의 강압으로 선생님으로 불렀던 ‘준’의 병원에 위궤양이라는 병명으로 입원한다. 하지만 주인공을 병원으로 내몬 것은 병이 아니다. 그것은 어렸을 때 겪었던 아버지의 폭력과 강압적인 태도로부터 벗어나려 찾아들어갔던 광과 군대시절 규율과 복종을 강요하는 군대로부터 벗어나 뱀잡이 일을 했던 것과 같이 무언가로 도피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자신을 감금하고 옷을 모두 찢어버린 일과 상관들의 뱀잡이 강요에 굴복하며 괴로워하며 자신을 잃은 주인공은 병원 안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음식을 가장 먹고.. 더보기
김승옥 -'야행' 무진기행 - 김승옥 지음/문학동네 김승옥의 소설 「夜行」속 주인공 현주는 남편과 같은 은행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는 길에서 낯선 사내를 만난 이후로 예정된 삶, 울타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에 시달린다. 결혼을 했음에도 그녀와 남편은 직장에 결혼 사실을 알리지 못하며 연기를 한다. 연기가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이미 습관화되어 있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 부분, 은행에서 그녀가 남편을 ‘박선생님’이 아닌 “여보!”라고 불렀던 것은 그녀 안에 존재하는 무의식 속의 욕망이 구체화 된 것으로 보인다. “그 사건이 생긴 데 대하여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 불량배가 아니라 자기와 자기의 남편이어야 한다고 그 여자는 생각하였다.” “그 사람은 자기를 데려다주었다. ‘이곳’이 아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