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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시간

장정일 - 프로이트식 치료를 받는 여교사

프로이트식 치료를 받는 여교사 - 10점
김종회 외 엮음/김영사


 

장정일의 「프로이트식 치료를 받는 여교사」는 '프로이트 지그문트'가 저술한 책 『꿈의 해석』을 읽고 나면 더욱 깊이 이해가 되는 소설이다. '프로이트'가 자신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바탕으로 쓴 이 책에는 무의식이 꿈에 미치는 영향과 꿈에 나타나는 무의식의 지표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인지에 대해 쓰여 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가장 더럽고 추악한 욕망이 꿈이 된다.’ 고 했다. 그는 인간이 매일 밤 꿈을 꾸는데 그것은 꿈꾸는 자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절대로 현실에서 행할 수 없는 욕망들이 꿈을 통해 구현되며 해소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꿈을 통해 제대로 해소되지 않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을 만큼 억눌린 욕망들은 잔상으로 남아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기억에 남게 되는 것이다. 결국 꿈이란 무의식이 구현한 세계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남는 잔상을 거꾸로 유추해서 그 사람의 무의식을 엿볼 수 있기도 한 것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여교사도 ‘프로이트식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교사의 말 속에 숨겨진 그녀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그녀는 영화의 주인공들 때문에 현실의 남자들에게 울타리를 친다. 여기서 그녀가 말하는 영화의 주인공은 과외교습을 해주던 여고생과 계부, 영어선생님, 중학생들과 비슷한 의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현실에서 가면을 쓰고 있다. 처녀성을 지켜야 한다는 어떤 강박과 그것과는 너무나 어긋나는 욕망 때문에 그녀는 정상적인 연애감정을 이해할 수 없게 되고, 그 반동으로 금기를 저지르고 금기를 꿈꾸게 된다. 그녀는 가면을 벗은 자신의 표정을 보고 싶어 하지만 꿈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 또한 가면을 벗고 싶어 하는 그녀의 욕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는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외롭기 때문에 쇼핑을 한다. 혼자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을 상품을 사는 순간 잊으려고 한다. 그리고 넥타이에 묻은 먼지마저 일류인 기사를 꿈꾼다. 그녀가 몽상 속에 있는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인물들을 바라는 것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바라는 처녀성을 지켜줄 수 있는 꿈속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인간에게는 씻을 수 없는 원죄가 있기 때문에 낙원으로 들어가는 뒷문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뒷문은 인간이 의식이 아닌 무의식 속에서 저지르는 죄까지 포함해서 결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꾸는 수많은 꿈들 속에 죄가 있고, 숨겨진 욕망이 있고, 풀지 못한 스트레스가 있다는 생각이 흥미로웠다. 꿈 그리고 인간의 영역에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것, 무의식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인간의 작은 몸 안에 커다란 우주가 들어있는 것처럼 새로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