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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출구 - ![]() 표명희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
표명희의 소설 「3번 출구」에서 3번 출구란 성형 수술의 메카 압구정역의 3번 출구를 말한다. 이 3번 출구는 주인공이 지닌 콤플렉스와 그로 인해 겪게 된 사건, 상처들에서 벗어나고자 선택한 출구이다. 그러나 수술을 한 후에야 자신이 아닌 세상이 비뚤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런 세상에서 사람도 차도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가고 있다.
주인공은 여러 가지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의 콤플렉스는 자신의 내면에서 기인했다기 보다는, 그녀의 노력과 능력을 보기 보다는 그녀의 광대뼈와 전문대 졸업이라는 학벌로 모든 것을 평가해버리는 사회적 현상에 있다고 본다. 외모지상주의는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뿐 아니라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믿어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을 말한다. 곧 외모가 연애·결혼 등과 같은 사생활은 물론, 취업·승진 등 사회생활 전반까지 좌우하기 때문에 외모를 가꾸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는 것이다. 주인공 ‘이정하’는 튀어나온 광대뼈를 싫어하지만 ‘박실장’의 칭찬의 말로 인해 그것이 밉지 않게 보려 한다.
학력주의는 개인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개인의 실력과 능력, 노력보다는 형식적인 학력을 과도하게 중시하는 관행을 말한다. 그녀는 엄마가 바랐던 의대를 포기하고 전문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다. 그녀의 전문대 졸업자라는 학력 때문에 그녀와 함께 승진을 했던 명문대 출신 동료들이 줄줄이 사표를 낸다. 그런 사건이 있음에도 사내 엘리트인 ‘박실장’과의 은밀한 관계와 그가 주는 신뢰 속에서 그것들을 버텨낸다.
하지만 소설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바비인형처럼 예쁜 여자 앞에서 그녀는 버려지고, 그녀가 억눌러왔던 콤플렉스들이 한 순간에 그녀를 엄습한다. 그런 그녀가 그것을 이겨내고자 선택한 것이 성형이었다. 하지만 외모를 고친다고 해서 내면의 상처까지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잃었고, 세상 모든 것들의 균형이 맞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균형이 맞지 않는 것들이 많다. 중요한 것은 내면이라고, 누구나 말한다. 대단하고 소중한 진리인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외모 때문에 무언가에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것이 반복되거나 심한 좌절감을 느끼면 거식증, 성형중독 등 외모에 관한 강박증이 생기게 된다.
기성세대들은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굴면서도 대단한 자리에 나가서는 꿈과 희망을 가지라고 한다. 꿈과 희망이라는 것이 명문대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인데 말이다. 이미 우리 사회가 학력과 외모로 많은 것을 판단하고 결정짓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균형이 맞지 않는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3번 출구를 찾아가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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