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책은 서울대생 ‘곰사장’과 그의 친구들이 학생운동의 기운이 남아있던 캠퍼스 문화에 지루함을 느껴 시작하게 된 작은 모임에서 시작된 한 음반회사에 관한 이야기로 악기도 다룰 줄 모르고 심지어 음치이기까지 한 그가 설립하게 된 붕가붕가레코드에 관한 이야기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소속밴드가 ‘장교주’라는 별명으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며 음반을 3만장이나 팔았다. 대박을 친 것이다. 거기다 ‘루저 문화’의 대표, ‘인디음악의 오래된 미래’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사람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장기하라는 인물에 호기심을 가졌다. 실은 극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말로는 시기가 좋았기 때문이란다. 장기하 노래의 가사 속에 들어있는 일상성 속에는 문화적 사회적 의미들을 이끌어 낼만한 요소가 있다. 물론 그를 비롯한 붕가붕가레코드의 주역들은 모두 서울대 출신으로 루저 문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사실 진정한 루저는 아니다. 한 문화평론가는 그들은 루저가 아닌 ‘나그네들’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 같아 보였다. 주중에는 자신들의 일을 하고 주말에 모여 음악적 회의를 하며 회사가 어떻게든 굴러가도록 방임하고, 소속가수들의 앨범을 제 때 내주지 못해도 그것이 그저 게으르기 때문에, 원래 그런 성격들이 모였기 때문에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은 언제든지 그 판을 벗어날 수 있는 엘리트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뭐라고 변명하든 내 눈에는 그래 보였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무나 일상적이라 느끼지 못했던 ‘어떤 날’도 그들에게는 노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싸구려 커피’같은 곡의 가사가 그렇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마리쯤 쓱 지나가도 / 벽장속 제습제는 벌써 꽉차 있으나마나 / 언제 땃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 캔을 가져다 한모금 아뿔사 담배 꽁초가’
하지만 장기하는 음반을 3만장을 판 대중음악상에서 3관왕을 차지한 서울대 출신의 가수, 루저니 위너니 말이 많지만, 심지어 외모도 나쁘지 않은 그 자신은 ‘루저 문화’를 만들어냈다기 보다는 삶의 한 단면을 잘랐을 때 누구에게나 한 번 쯤은 있을 법한 지리멸렬한 ‘어떤 날’ 을 가사 속에 넣었을 뿐이다. 그들은 어떤 것을 대변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하고 싶은 노래를 하려 했고, 그렇다고 그것을 듣는 청자를 배제하지는 않을 것인데 어찌하였든 가장 즐거워야 하는 주체는 노래를 하는 자신이라는 사실을 버리지 않으려 했다. 그러니까 그들의 노래는 누군가를 대변하지 않는다.
붕가붕가레코드에는 특이한 컨셉의 소속밴드가 많다. 밴드들의 컨셉은 주로 술자리에서 나온다 하였는데 만화적인 상상력이 그 속에 포함되어있다. 그들은 지독히도 게으르고 추진력이 없고 소심하다. 물론 이것은 그들이 생각하는 자신들의 모습이다. 그들이 술자리에서 하는 이야기나 평소 모습들은 친구들과 내가 술자리에서 하는 이야기, 평소 모습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들과 우리가 다른 점은 그들은 저질렀고, 우리는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 뿐이다.
‘안 하는 것 보다는 하는 게 낫다.’ 는 말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와 닿았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 보다는 하는 게 나은 일을 선택하며 살아간다. 또 막상 그렇지 말아야지 생각하다가도 여러 가지 상황에 맞물려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싶었던 일이 되고 일상에 파묻혀 이룰 수 없는 꿈, 여유가 있는 사람만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어쨌든 안 하게 된다. 물론 안 하는 것 보다는 하는 게 낫다는 말을 몰라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안 하는 것 보다는 하는 게 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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