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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씹어 삼키기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브로크백 마운틴
감독 이안 (2005 / 미국)
출연 히스 레저,제이크 질렌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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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 소설을 충실하게 각색한 영화였다.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번역은, 한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 할 만큼 어지러운 것이었지만, 그 속에는 분명 영화가 만들어진 힘이 들어있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자연으로 돌아 간 두 사람의 사랑을, 너그러이 바라보는 포근함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나는 원작과 영화의 아주 사소한 차이들을 발견했는데, 이 사소한 것들이 소설에서의 감동을 좀 더 증폭할 수 있었던 차이가 아닐까 싶다. 

 


 · 수프 주문 - 물건을 전달하는 사람에게 수프는 먹지 않는다고 했던 에니스가, 콩이 질렸다는 잭의 한 마디에 수프를 주문하는 것. 두 사람의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스리슬쩍 암시해주는 부분. 물론 영화 시작, 잭이 차의 사이드미러 안의 애니스를 보며 면도를 하는 장면에서도 둘의 앞으로의 관계를 암시해준다.

 


 ·
소설에 비해 말을 아끼는 애니스 - 영화 속 에니스는 잭과 헤어진 후 오열한다. 짧은 만남에서 어떤 감정의 결론도 내리지 못했으나, 이성보다 감정이 더 빨리 반응한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다.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4년 만에 재회한 잭에게 그 이야기를 하며, 이유를 설명해준다. 영화에서는 애니스가 감정 대화로 내보이지 않고 눈빛이나 목소리, 침묵 등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의 절제미를 느낄 수 있었다.



 






·
셔츠 - 영화에서는 셔츠를 잃어버렸다는 언급을 한 이후, 마지막에 잭의 옷장에서 셔츠가 발견된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언급없이 잭의 죽음 뒤 셔츠를 발견하기 때문에, 조금 뜬금없기도 하다. 처음 잭의 옷장에서 옷을 깨냈을 때는 잭의 청색 셔츠가 애니스의 체크무늬 셔츠를 덮고 있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애니스의 셔츠가 잭의 셔츠를 덮고있다. 이는 잭이 애니스를 포용하고 먼 거리를 달려와 자신을 만났던 것, 이혼 후에도 그런 그와 함께 목장을 차리거나 함께 하지 못했던 것, 들을 이제는 자신이 껴안고, 다른 어떤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 것이라는 그의 결심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애니스는 아귀레의 망원경처럼, 사람들의 눈이 자신을 감시하는 느낌을 받거나, 어렸을 적 동성애자 부부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잭과의 관계를 조심히 한다. 그에게는 부양해야 할 가족과 사회의 규칙에서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잭과의 금기된 관계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대자연속에서만, 이루어진다.  


  물론 이런 것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크게 바꿔놓지도 않거니와, 영상과 텍스트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차이인지도 모른다. 







 



 ·
애니스의 트라우마 - 동성애자 부부의 참혹한 죽음, 그리고 그것이 다름아닌 자신의 아버지 짓이라고 생각한다. 잭과의 관계가 결국 자신들을 불행으로 내몰 것이라 생각하게 된 과거의 끔찍한 경험이다. 


·
목장 - 잭이 함께 꾸려가며 행복을 찾으려 했던 곳이다. 

 


·
브로크백 마운틴 - 사회에서 벗어난 자연 그대로의 공간, 두 사람이 어떤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서로를 사랑할 수 있었던 공간.  아귀레가 영화 초반,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마라.” 고 이야기 하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애니스와 잭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만 같은, 감동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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