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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성공률에 도전하는 ‘시라노 에이전시’는 연애에 서투른 사람들을 대신해 연애를 이루어주는 연애조작단이다. 때로는 영화 촬영장을 방불케 하는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때로는 비밀 작전 수행처럼 완벽하게 짜여진 각본으로 의뢰인의 사랑을 이루어주는 연애 에이전시. 그들의 신조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 안 한다’ 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이전시 대표인 병훈(엄태웅 분)과 그의 작전요원 민영(박신혜 분)은 예측불허의 의뢰인 상용(최다니엘 분)을 만나게 되는데…. 스펙은 최고이나, 연애는 꽝인 2% 부족한 스펙남 상용이 사랑에 빠진 여자는 속을 알 수 없는 사랑스런 외모의 희중(이민정 분)이다. 의뢰인의 타깃녀 희중의 프로필을 본 순간, 고민에 빠진 병훈…
-네이버 스놉시스
로맨틱 코미디를 동성친구와 둘이서 보러 간다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친구와 시간이나 죽일겸 골랐던 이 영화, 유쾌했다! 내가 로매틱 코미디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 속에 들어있는 사랑에 관한 과장되고 진부한 판타지에 있다.
사랑하다가 헤어지고 그리고 다시 사랑하거나 싸우다가 정이 들고, 어쨌든 사랑을 하는 과정들이란 것이 썩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는가에 따라 영화는 관객에게 색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현석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는 색달랐다.
시라노에 나오는 여자들은 사랑에 관해 흔히 여성들이 갖고 있는 판타지를 경험한다. 우연한 듯 인연처럼...그러나 그 판타지는 '시라노 에이전시'에 의해 조작되어 있다. 시라노 에이전시는 의뢰인들의 연애를 돕기 위해 시나리오를 만들고, 연기를 하고, 무대를 연출하고, 감독을 한다. 마치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첫번째 의뢰인이 사랑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관객은 영화를 만들어나가거나 그에 참여한 사람, 그러니까 시라노 에이전시가 된 기분으로 의뢰인의 연기를 보게된다. 진부하게 느꼈던 이야기를 전면에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에서 오히려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앞부분의 빠른 전개 속도로 영화에 몰입한 것은 좋았으나, 진짜 사랑이야기를 시작하는 뒷부분은 조금 늘어진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이 영화 최고의 재미는 역시 시작 부분에 나오는 의뢰인 남자. 남자의 어색한 대사처리와 불안한 시선에 내내 웃음이 터졌다.또 유쾌함을 잃지 않는 배우 박철민과 김지영의 입담과 최다니엘의 연기 변식도 색다르게 느껴졌다. 여러 이유에서 내면에 잠재된 죄의식이나 열등감, 또는 자신감 결여 때문에 연애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시라노 에이전시, 정말로 필요하지 않을까? 킬링타임용으로 기분 좋게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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